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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 성수를 위해 바둑 결승전을 포기한 조혜연 (미세례 당시)

Sola. 2024. 6. 23. 06:00

 

주일 성수를 위해 바둑 결승전을 포기한 조혜연 (미세례 당시)

정요석 목사 (책: '소요리문답, 삶을 읽다(하)' 중 2016.4.15)

2005년 바둑 마스터즈 결승에 오른 조혜연 기사(1985년생)는 돌연 기권을 선언했다. 경기 일정이 일요일이었기 때문이다. 이 대회는 바둑인들이 자발적으로 기획하고 재능을 기부하는 등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기 때문에 조혜연 기사의 결정에 대한 논쟁이 온라인은 뜨겁게 달구었었다. 당시 상황에 대한 조혜연 기사의 글을 통해 성도들이 주일을 지킨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안녕하세요. 조혜연 6단입니다.

저에 관한 많은 글들을 읽어 보았고, 저는 행동으로 제 생각을 나타냈으므로 마지막까지 아무 글도 남기지 않을 결심이었으나, 오늘 귀하의 글을 읽고 처음으로 대답하려는 마음을 갖습니다. 처음 마스터즈 결승을 기권할 때는 제가 프바사에 제 심경을 밝힌대로 마스터즈를 준비하신 선배님,동료기사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기에 무척이나 곤혹스러웠습니다. 또한 결승을 기다려오신 팬들께도 송구스러움을 나타냈습니다.

어릴 때는 신앙 교육에 의해서 연구생에 참가하지 못했고 주일에 겪어야하는 시합에 대해 괴로움을 느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결정은 어느 누구도 개입되지 않았습니다. 저에게는 주일 예배보다 귀한 것이 없습니다. 저는 아직 세례를 받은 정식 교인도 아니며,믿음이 있다고 고백할만한 처지도 아니지만 제가 오랫동안 들어 온 그 하나님 말씀에는 진리가 있었고,세상에서는 감히 그 흉내도 낼 수 없는 삶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 생각은 6일간 힘써 자신의 일을 하고,주일엔 쉬는 것이지만 마스터즈 결승과 같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발생하였기에 정관장배 국가 대표 시드는 미리 포기를 선언한 것입니다. 부안에서 열리는 여류기사 대회도 대국일이 토,일요일인 관계로 기권 선언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미리 일정이 주일로 잡힌 모든 대회는 기권한다고 한국기원에 알려 놓았습니다.

세계대회 결승에서도 기권을 할 것인가 물으셨지요? 제가 그런 시합을 할 만한 실력이 아니어서 대답하기도 민망하지만 굳이 대답하라고 하시면 "예"입니다. 슈코님 뿐만이 아니라 다른 여러분들도 같은 물음을 적어놓은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저는 어리석은지 아직 세상을 모르는건지 평범한 예선대회 한 판 이나 여자 세계대회 결승이나 늘 같은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바둑은 대국료의 액수나 다른 무엇에 의해서 결코 차별화되지 않는 그야말로 저의 삶인 것입니다.

바둑을 처음 만난 날 저는 운명처럼 바둑에 매료되었습니다. 음악을 전공시키고 싶어 하셨던 엄마의 바램을 뒤로 하고, 저는 바둑을 택했습니다. 바둑은 저의 사랑이며 꿈이며 미래며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제 영혼이 하나님의 말씀을 만나게 되자 바둑은 제 삶의 한 부분이 되고 말았습니다. 저는 앞으로 제 삶이 어떻게 될 지 알지 못합니다. 마스터즈 결승을 포기하던 날, 저는 단순히 한 대국을 제 삶에서 내려 놓은 것이 아니고 제 삶의 방향을 새롭게 확인한 것이었습니다.

개혜연이란 소리도 들었고, 미친년이란 글도 보았으며 니가 프로냐고 수없이 질타하는 목소리들을 들었습니다. 기사회에서 부적격자라고 판단하여 제명을 결정하면 저는 순순히 따를 것입니다. 저는 한번도 대국일을 조정해 달라고 요청해 본 적도 없고, 꿈에서도 그런 일은 상상하지 않습니다. 다른 그리스도인들이 주일에 대국한다고 해서 이상하게 생각해 본 적 도 없습니다. 모두 자신의 신앙양심에 따라서 살 뿐이지요.

저는 성경에 관해 여전히 무지하며,남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투철한 종교적인 신념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직 주님을 사랑하기를 원할 뿐이며,제가 먼저 받은 주님의 사랑이 저를 바꿔놓은 것 뿐입니다.

모두가 조롱과 경멸하는 마음으로 제게 물어 왔을 때,전 대답하지 않았지만 진심으로 묻고자 하셨으니 대답하였습니다. 제게는 모든 시합이 동일하게 귀하며,대국료나 시합의 경중에 따라서 이랬다 저랬다 하지 않습니다. 평일로 일정이 짜여진 대국에만 임할 것입니다. 바둑이 없는 삶은 고통스러우며 상상하기도 싫지만, 저는 그 모든 것을 감내할 것입니다.

제게 단 몇 개만의 기전이 남겨진다 하더라도, 저는 여전히 제 마음을 다해서 대국할 것이며 제게 주어진 일을 성실히 할 것 입니다. 제가 표현하는 재주가 부족해서 잘 설명이 되었을지 걱정이 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한국기원 자유: 조혜연 씀]'

(Sola 주: 이후 조혜연 기사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에 주장으로 출전해 결승에서도 주일이라 기권을 했다. 그리고 대타로 초단이었던 이슬아 기사가 출전해 단체전 금메달을 땄다.)

(조혜연 9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