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과 유월절
조인 목사
현재는 소위 사순절의 마지막 한 주간을 남겨두고 있는 때입니다. 사순절(四旬節, Lent)은 말 그대로 부활절을 기준으로 이전의 날들 중에서 6번의 주일을 제외한 40일을 의미하는데, 금년 2019년의 사순절 기간은 지난 3월 6일 수요일부터 부활절 바로 전 날인 4월 20일 토요일까지입니다. 이 40일 기간 동안 그리스도인들은 부활절을 기다리며 준비하도록 요청 받는 바, 특히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음을 묵상하며 절제와 극기를 실천해야 합니다. 이 사순절은 본래 카톨릭교회에서 유래했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개신교회들도 광범위하게 지키는 절기로 정착했으며, 당장 인터넷만 열더라도 사순절 기도(문), 금식, 찬양, 설교, 말씀(묵상), 그림, 달력 등 이 절기를 잘 지키는 방법에 대한 정보들이 넘쳐납니다.
사순절의 첫 날은 항상 수요일인데, 특별히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이라고 일컫는 이 날 그리스도인들은 이마에 시커먼 재를 바르고 죄를 고백함으로써 사순절을 시작합니다. 실제로 금년에도 어느 목사님이 이 재의 수요일에 온 가족과 함께 이마에 십자가 모양의 시커먼 재를 바른 후에 인증샷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린 것을 보았습니다. 심지어 장로교회에서조차 목사의 인도 하에 온 교인들이 재의 수요일에 재를 바르는 의식을 행하는 모습은 굉장히 불편한 진실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을 묵상하고, 자신의 죄를 회개하는 것은 물론 마땅히 권장할 일이지만, 백번 양보하더라도 카톨릭교회에서나 행하는 이런 의식을 개신교회에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행하는 것은 심각한 복음의 왜곡이라 여겨집니다.
평소에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성경적으로 바르게 전하시는 목사님들조차 이 사순절만 되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사순절에 대한 설교나 칼럼은 물론, SNS 등에 사순절에 대한 묵상 글이나 사순절을 잘 지키는 방법 등을 경쟁적으로 올립니다. 그런데 더 이상한 교회도 있습니다. 사순절을 지키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참 잘하는 일인데, 되레 유월절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정통교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러나 사순절은 안 지키면서 유월절은 지키는 그 이상한 교회나, 사순절은 지키면서 유월절은 안 지키는 정통교회나 도진개진입니다. 지키려면 둘 다 지키든가, 안 지키려면 둘 다 안 지켜야 논리적으로도 옳고, 신학적으로도 옳습니다. 그러나 교회는 논리보다는 신학이 더 우선해야 합니다.
예수님이 제자들과 함께 최후의 식사를 하신 날은 유월절 하루 전날이 분명합니다.(마26:1,17; 요19:14) 그렇다면, 예수님은 유월절 어린 양이 빠진 유월절 식사를 하신 셈인데, 이는 다음 날인 유월절 당일에 십자가에서 죽게 될 자기 자신이 바로 유월절 어린 양이 될 것임을 제자들에게 알리심과 동시에, 유월절은 이제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하신 행동이었습니다. 진짜 유월절 어린 양은 십자가에서 죽고, 부활하고, 승천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유월절이 없으면, 다른 모든 것들도 없습니다.
“너희가 날과 달과 절기와 해를 삼가 지키니 내가 너희를 위하여 수고한 것이 헛될까 두려워하노라.”(갈4:10-11) 그러면 사순절은 물론, 종려주일과, 고난주간, 그리고 부활절은 어찌되는 것입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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