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정치

한국장로교 권징조례의 발전역사와 그 신학적 문제점

Sola. 2023. 8. 11. 07:00

 

한국장로교 권징조례의 발전역사와 그 신학적 문제점

김인석 목사 / 칼빈장로교회 (2003.2.12)

 

1. 한국장로교 권징조례의 발전역사

 

한국에 처음으로 독노회가 조직된 것은 1907년 9월17일 9시 평양 장대현교회(혹은 중앙교회)에서였다. 1907년 독노회가 조직되면서 매년 예수교장로회헌법에 대한 작성이 활기를 띄었다. 1917년까지 헌법과 관련되어 계속 작성되는 일이 많았다. 특별히 두 개의 부분으로 나누어 작성이 되었다. 첫째는 도리적헌법(道理的憲法)부분으로 신경과 대소요리문답이었고, 둘째는 관리적헌법(管理的憲法)부분으로 정치, 권징, 예배모범으로 구성되어 있다. 1913년 제 2회 총회에서 김이제씨가 헌의한 건 가운데 정치와 권징조례 출간에 대한 안이 있었다. 정치는 임의로 출간하였고 권징조례는 조속히 출간할

것으로 결의가 되었다.

 

1915년 제 4회 총회는 장로회 정치와 권징조례와 규칙을 출판하는 일에 대하여 권징조례와 규칙은 번역 중이고 교회정치는 마포삼열, 양전백, 원두우, 김필수, 김선두 5인을 택하여 조속히 준비키로 하였다. 1917년 총회는 교회정치와 권징조례와 예배모범은 웨스트민스터 책을 번역하고 편집케 할 것과 교회정치는 곽안련, 함태영 씨에게 맡겨 준비 교정 중에 있어서 완전히 교정하여 출판할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그리고 권징조례와 예배모범은 곽안련, 함태영, 배유지, 남궁혁에게 맡겨 번역토록 하였고 출판토록 하였다.

 

1918년 제 7회 총회는 예배모범과 권징조례는 출간하여 분전하였다고 보고하고 있다. 1921년 제 10회 총회는 교회정치와 권징조례 예배모범의 출간 후 각 노회 수의 후 교정하여 보고하고 채용하였다. 1928년 총회는 헌법수정에 대한 보고가 있었다. 권징조례는 기존의 것을 약간 수정 개정 혹은 삭제된 부분이 있었다. 1934년, 1954년, 1962년, 1988년(합신헌법), 1995년(합신헌법)에 걸쳐 헌법을 출간했는데 권징조례는 1928년 이후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었다. 다만 1967년 제53회 총회에서 초기에 삭제되었던 ‘대회’ 조항을 첨가하는 수정과 옛 한문체와 고어를 현대에 맞게 바꾸는 수정 외에 큰 변화 없이 제14장 제146조에 이르는 권징조례를 사용하고 있다.

 

우리교단(합신)의 경우 1996년에 수정 출판된 헌법 제13장에서 대회 재판국 규례 10개 조항과 제8장 제65조항이 삭제되어 제9장 제77조가 첨가되었고, 제9장 제99조는 제98조에서 분리하여 한 조를 추가함으로 전체 14장 137조항의 권징조례를 가지고 있었다. 이와 같이 한국장로교 권징조례는 미국 장로교 권징조례에 상당한 부분의 것을 채택하였다. 그렇지만 미국장로교 권징조례를 채택하면서 그 번역에 있어 명확한 구조를 이해할 수 있는 정확한 번역은 사실상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통합 측의 권징조례는 개혁주의 장로교 정치원리로부터 오해의 성격을 가지고 수정되었다. 수차례에 걸쳐 1983년 권징조례의 경우 총 6장 91조로 대폭 간소화하여 사용 중인데, 권징조례의 특징은 세속법정의 재판 절차를 대폭 적용하여 개정하였다는데 있다. 권징의 본래의 신학적 의미가 전혀 드러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세상 재판회의 성격으로 보아 분쟁 조정과 절차에만 치우친 경향이 많다. 그래서 본래 치리회의 성경적 의미가 애매해졌고, 권징의 목적과 지향해야 할 바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 방향으로 수정된 것이다.

 

그것은 권징의 참된 의미를 상실하게 하였고, 세상 법정에서처럼 인간존중에 기초한 법정적 절차로 판결하려는 시도는 말씀에 더 가까이 더 정확히 모든 규범을 세우고자 하는 장로교 정치원리에 대한 의도적인 외면이 되었다. 지난해 우리교단은 총 13장 134조로 축소하여 권징조례를 개정하였다. 통합측과 유사하게 개정된 우리교단의 권징조례 또한 현행 세속법에 따른 절차 등을 고려하여 개정되었다.

 

 

 

2. 개정된 권징조례의 신학적 문제점

 

첫째, 교회권징의 원리와는 달리 현행 세속법의 정신에 따른 개정이라 할 수 있다.

개정된 권징조례의 구조를 보면 현행 형사소송규칙에 가까울 정도로 개정되었다는 점이다. 권징조례의 목차를 보면 재판절차를 위한 규례들처럼 매우 이해하기 쉽게 정리되어 있다. 그러나 이런 절차들은 형벌의 유무를 가리기 위한 논리적 수준에는 합리적이라 할 수 있지만 교회 권징의 원리에는 맞지 않는다.

 

권징조례에 있던 조항이 교회정치부분으로 넘어 간 것과 예배모범에 있던 조항들이 권징조례로 넘어온 것은 단순히 현행 재판행위에 관한 규례로 권징조례를 이해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권징조례에 사용되는 용어에 있어서도 세속형법에 사용되는 용어들로 바뀌었다는데서 그 정신이 세속법을 따라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즉결재판, 삼심제, 재판비용, 변호인의 선임권, 변호인의 보수, 행정심판, 위탁 심판 등이 세속법으로부터 빌려온 용어라 할 수 있다.

 

 

둘째, 현행형법소송의 삼심제와 장로회(당회, 노회, 총회)를 혼동하여 적용한 점이다.

통합측 제 4조 3항과 합신측 제 1장 10조에 삼심제(당회, 노회, 총회)에 대한 표현은 치리회의 성격에 대한 무지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치리회는 언제든지 대회, 세계 공의회와 같은 중간 혹은 더 넓은 회로 확대 혹은 축소 될 수 있기 때문에 삼심제의 성격과는 관련이 없다. 미국장로교 헌법 제 9장은 ‘한 사건이 낮은 치리회에서 넓은 치리회로 갈 수 있는 길들에 대해서’란 조항이다. 이것을 상소규례에 대한 항목으로 잘못 하였기 때문에 장로회를 세속법의 삼심제로 착각하여 적용하였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장로교 권징 원리에는 어떤 회원이나 회원들이 자신의 양심과 자신의 면죄를 위하여 하나님 앞에서 가장 높은 재판 절차 또는 어떤 결의에 대항하여 저항할 의무를 가진다. 왜냐하면 회복을 위한 또 다른 호소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회록에 그것을 기록함으로 언제든지 항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셋째, 변호인 제도에 대한 원리적인 오해에 기인한 개정이었다.

개정되기 전(1996년) 제27조이었던 것이 개정된 권징조례에는 제3장 제28조부터 제33조에까지 극대화함으로 개정의 원리가 세속 형법의 모범으로부터 온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 더욱이 변호인 제도는 성경으로부터 확증된 것이 아니다. 그 자격에 있어서는 더 혼란스러워졌는데, 합동측(제 27조 1항 본 장로회 목사 혹 장로 아닌 자를 변호인으로 선정하지 못할 것이요..), 통합측(제 26조 1항 … 변호인은 본 교단의 무흠 세례교인 중에서 ….) 합신측(제 29조 3항 사건이 전문적인 분야의 지식이 필요한 경우 목사나 장로가 아닌 일반 신자도 …선임될 수 있다)이 서로 다른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성경을 원리로 하여 변호하는데 있어서도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 변호인제도이다. 변호인을 두는 목적은 마치 세상에서 변호사를 두어 재판에서 승소하기 위해 두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미국 장로교 헌법은 이를 확고하게 해 두고 있다. 전문적인 변호사를 거절하고 목사, 혹은 장로에 의한 변호제도만을 허락할 뿐이다.

 

넷째, 상설재판국, 각 치리회의 의장의 권세를 강화한 것과 교회 직원들에 대한 치리의 내용이 불필요하게 강화되었다.

더불어 총회의 치리협력위원회에게 ‘지도를 구한 치리회는 그 지도에 그대로 따라야'(제105조 2항)한다든지, 위탁한 판결에 대해서 ‘그대로 받아들여야’하는 조항들은 역할을 크게 강화하였다(제 9장). 재판국원의 결원 시에 그 임명을 대폭 각 치리회장에게 일임해 버렸다. 교회 직원들을 치리 할 수 있는 내용이 강화되었는데, 당회가 없거나 시무장로가 1인인 교회에서 치리 위탁 문제, 즉결재판에 해당된 죄목들의 애매성, 목사를 고소할만한 죄목의 강화, 재판절차 없이 목사직무 정지처분 가능성, 타 교단으로 가는 교회직원의 이명문제 등 그런 것들이 그렇게 강화되어야 할 필연적 이유와 관련해서 좀 더 살펴야 할 내용들이다.

 

 

 

3. 권징에 대한 성경적 이해

 

처음부터 장로교 권징은 신적기원(출25:40; 레24:11-16; 민9; 대하8:14; 겔40:41,42; 43:11)을 갖는데 모세나 선지자로부터도 아니고 오직 하나님으로부터 출발한 것이다. 치리회의 성격이 재판권의 행사라 할지라도 그것은 전적으로 말씀의 판단을 받는 영적인 권징에 관한 것이다.

 

양심이 세속법정에서 최후로 인간 자신을 보호하고 다스리는 것이라면, 하나님의 백성을 지키고 다스리는 권(權)이 어디에 있는가를 생각해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는 하나님 자신이며, 그분에게서 나오는 말씀으로 치리회가 세워지고 그 안에서 택함 받은 권속(眷屬)들이 선한 판단으로 다스림 받는 것이 권징조례의 근본정신이다.

 

 

첫째, 교회의 권징은 즉, 재판권은 언제든지 도덕적이고 영적으로 주어지는 것이다.

스코틀란드 장로교회의 제 1치리서나 제 2 치리서등에는 교회정치와 권징 및 예배모범 등의 개념이 구별 없이 혼합되어 있어도 권징(Discipline)의 개념을 사용한다. 그리고 미국에 와서 교회정치와 권징조례가 구별되었지만, 교회권징 자체는 도덕적이고 영적인 성격을 강하게 가지고 있었다. 교회 안에서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그에 대해서 견책하고 조사하는 열쇠의 직책이 다스리는 장로들에게 임명되었다(딤전 5;27; 고전 12:28).

 

이런 권한은 어떤 개인(uni)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 ‘회(unitati)’ 자체에 그리스도께서 주신 열쇠권에 전적으로 의존되어 있다. 직접적으로 베드로에게 하신 말씀(마16:19)은 복음 선포와 관련해서 말씀을 전하는 자들에게 주어진 것이지만 그럴지라도 ‘메고 푸는’ 권세가 선포하는 성직자 개인들에게 주신 것이거나 그들 안에서 창출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에게 주신 것이다. 마태복음18장(마18:15-18)에서도 그 권세가 같은 명령과 같은 약속에 기초하지만 특별히 교회에 맡겨진 권징(출교)에 관한 것으로 해석된다.

 

 

둘째, 예배와 권징은 분리할 수 없는 성격이 있다.

개정된 권징조례들의 경우에는 이를 단순히 재판행위에 관한 규례정도로 이해하였다. 교회정치, 권징조례와 예배모범의 각각 고유의 독특한 자리가 있음에도 그런 이해로 인하여 많은 부분이 교회정치로 옮겨갔고, 고 박윤선 박사의 노력으로 시벌과 해벌조항을 예배모범의 마지막 항에 둠으로 예배와 분리할 수 없는 성경과 개혁신학의 권징의 정신(권징조례 제 4 장 제 31조)을 우리의 권징조례에 심으려고 했는데, 오히려 그 정신을 현 개정된 권징조례가 파괴하고 있다.

 

 

셋째, 권징에 대한 전통적 개혁주의 견해는 세속법의 정신과는 달리 오직 성경을 원리로 하여 세워졌다.

1559년 불란서 개혁교회 고백서와 1566년 벨직고백서, 그리고 개혁교회 혹은 장로교회의 선행자들인 왈두스파의 1573년 보헤미야 고백, 후에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에서 그대로 확인하는 바, 성경은 “하나님에 대한 경배와 우리의 구원을 위해 요구되는 무엇이든지 그것에 대해서 모든 진리의 총화”이다. “이 성경책에 가장 완전하게 하나님의 모든 뜻이 내포하고 있음”을 믿고 “그 안에 교리와 거룩한 교회를 권징하고 다스리는데 필연적인 구원의 정규적 목회에서 각 자와 모든 이들을 위한 그런 모든 것들이 충만히 절대적으로 그리고 성령의 가장 뛰어나고 가장 예리한 역사 안에서 필요 불가결한 것처럼 포괄되고 내포되어 있음”을 고백한다.

 

하이델베르그 요리문답을 작성하였던 유명한 하이델베르그 대학의 Ursinus도 모든 것이 성경에 따라 시험되어야 한다고 할 때, 교의들(dogmata)이든, 권징(disciplina)이나 의식들(ceremoniae)이든, 기독교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물음들에 대해서 적용된다고 하였다. “우리는 성경을 어기는 것은 물론 성경 안에 내포하지 않는 어떤(quae non in ea contineatur) 교리도 교회에게 제의해서는 아니 된다고 믿고 고백한다”고 하였다. 반면 “성경의 분명한 증거로 전해내려 오지 않는 것은 무엇이든지 혹은 정당한 성찰로 말씀으로부터 결론되지 않는 것은 무엇이든지, 믿거나 믿지 않을 양심의 가책 없이, 바꾸며 폐기하고 생략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이런 원칙이 영국의 퓨리탄의 신학사상과 웨스트민스터 총회의 신학의 기본 뿌리에 있을 뿐만 아니라 개혁신학의 지배적 신학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4. 권징조례의 향후 방향 모색

 

첫째, 오직 성경을 원리로 하는 도덕적이고 영적인 권징의 목적에 따른 권징조례 원리로 회복되어야 한다.

좁은 치리회와 함께 더 넓은 치리회의 결정은 존중받아야하지만 항상 옳은 결정만 내리는 것은 아니다. 칼빈도 인간적인 결함을 근거로 고대의 비교적 순수한 회의에도 결함이 있었음을 말하며, 한 회의의 투표에 의해서 채택되는 성경 해석이 확고한 진리라는 생각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 종종 우리는 사안의 중요성보다도 수효만을 보기 때문에 더 좋은 제안이 더 많은 부분에 의해 무시되는 경우가 있다. 우리교단의 권징조례 개정안 투표 결과가 한 표도 안 되는 차이로 가결된 것은 이런 이유에서 재고의 필요성을 요구하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 그 회의의 결정이 지혜의 유일한 표준으로서 말씀의 요구를 담지 못할 때도 생긴다. 그럴 때 그 결정을 반대하는 일에 망설일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어떤 회의도 진리를 거스려서 결정될 수 없고, 그렇게 결정된 회의라면 거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제든지 성경의 판단과 관련해서 수정하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거기에는 인간의 판단이나 경험이나, 사려들이 개입될 수 없다. 오직 말씀과 함께 사색하고 말씀을 통하여 시험하는 장로교 정치의 원리 아래에서 해석되고 재개정될 수 있다. 다만 권징이 행사될 때에는 재판회 성격의 치리회가 일임한 안건에 한해서 합당한 절차와 조사를 통해서 판결하는 것이 필요한데 그 모든 판단 기준은 말씀이다.

 

이는 단순히 사건의 진상을 밝혀서 책임을 묻는 재판 행위로서가 아니라 온 교회로 “하나님의 거룩에 참여케 하고 진리를 보호하며, 그리스도의 권위와 교회의 질서를 유지하고, 악행을 제거하고 교회를 정결하게 하며, 덕을 세우고 범죄한 자의 영적 유익을 도모”하게 하는 그 목적을 잘 드러나게 해야 한다.

 

그리고 부당한 책망을 염려하여 엄격하고 과도하게 많은 조항을 두어 양심에 짐을 지우는 것이나, 세속 재판회의 성격으로 지나치게 간략히 하거나 변경해서도 안 된다. 이것은 단순히 절차를 밟음으로서 대상을 치리하고자 함으로 권징의 도덕적 영적 성격이 무시되게 하는 것이다. 엄격하거나 과도한 조항들 역시 같은 이유에서 말씀의 요청대로(고후2:,8;갈6:1) 하나님의 판단에 맡기는 태도가 아니라 우리 판단의 한계를 넘어서 하나님의 권능과 자비를 제한하고 있다.

 

권징의 수행에 있어서 출교는 마지막 수단이면서, 교정과 책망의 의미를 갖고 있다. 튜레틴은 출교가 외면적으로는 교회와의 교통과 성례로부터의 분리되었지만 그리스도의 몸으로부터의 영속적인 분리는 아니라고 하였다. 다만 그가 회개하여 돌이키는 것을 기다릴 뿐이고, 그가 돌이킬 기회조차도 갖지 못하도록 요구되는 책망은 권징의 참된 목적이 아니다.

 

 

둘째, 미국장로교 권징조례의 정확한 번역을 통하여 개혁신학의 권징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

기존 권징조례들은 잘못된 번역으로 인해서 매 조항들에 대한 정확하지 않은 제목을 부친 것이 전체적 구조를 이해하는데 더 방해를 하였고, 이로 인해 권징조례의 개정과정에서 전체적 구조 분석에 있어서 아주 큰 오해와 혼돈이 있었다. 그런 이유로 많은 조항들이 교회정치부분으로 옮겨졌고, 예배모범으로부터 권징조례로 넘어온 조항들은 역시 고 박윤선 박사가 심고자 했던 개혁신학의 권징 정신이 훼손되었다.

 

그러나 미국 장로교의 권징조례는 그 구조가 명료하였다. 제 1장은 ‘권징의 본성과 목적 및 대상에 관해서’인데, 단순한 총론이나 형사소송규칙의 총칙의 개념이나 내용과는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제 7장은 ‘재판없는 사건들에 대해서’인데 여기에서 가장 큰 오해가 있다. 이 조항들은 즉결처단의 규례나 우리 권징조례의 제목처럼 치리회와 직접 관계된 사항들이 아니었다. 제 9장은 ‘한 사건이 낮은 치리회에서 넓은 치리회로 갈 수 있는 기들에 대해서’로서 단순히 상소규례는 아닌 것이다. 제 13장은 제목이 없으며, 재판국 심판규칙이나 재판국에 관한 규례라고 번역하기에는 상당히 제한적이다.

 

 

셋째, 월터 트레버스가 그의 권징론에서 교회의 권징을 ‘선한 경영과 정치를 위해서 하나님으로부터 규정되고 정해진 그리스도 교회의 정치’이며, ‘그것의 규칙이 성경으로부터 외에는 다른 기초로부터 가져오지 않아야 한다’는 대원칙을 말했다.

 

그에게 있어서 권징의 첫째원리는 권징의 근거가 오직 성경이라는 것이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말씀에 더 가까이 정확히 되는 것이 새로운 종교 개혁의 첫 조항이어야 한다’는 기초 위에 권징도 하나님 자신의 목소리와 권위에 의해 확증되는 것만큼 인정되도록 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 하나님 나라에 대한 특별한 이해를 가진다. 그의 나라의 법정과 공의의 질서를 위해서 그리스도께서 제정하신 것들이 사도와 선지자들에게 뿐만 아니라 그가 임명한 직임자들에게 어떻게 제공되었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세 번째로 원리적으로 교회의 권징은 다른 어느 것으로부터 기원하거나 참조되지 않고 오직 하나님으로부터 온 것이기 때문에 모든 교회에 공통되고 일반적이며 모든 시대에 있어서 영원하며 필연적이라는 정신이다. 그래서 이런 질서는 사람의 힘이나 권위로 깨뜨려지거나 기호에 의해서 변경될 수 없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함부로 개정할 수 없는 정신이 거기에 있다.

 

 

 

5. 마치는 말

 

말씀이 모든 세계에 대하여 빛이라면 교회와 관련해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한 국가와 사회를 다스리는 데에 재판권의 행사는 그 사회의 질서를 유지해주는 최첨단에 서 있는 것이다. 비록 도덕과 윤리가 보이지 않는 큰 힘으로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재판권은 직접적인 보이는 행사로서 질서를 유지시키는 강한 힘을 발휘한다.

 

그러나 물리적 힘도 사실상 인간 삶의 가장 기초적인 양심의 기능에 빚을 지지 않고는 성립될 수 없는 것이다. 교회 치리회의 성격도 모든 교회에 속한 자들에게 가장 실제적인 결과로 우리에게 주어졌다. 하지만 세상 재판권과는 그 기원과 동기, 목적에 있어서 전혀 다른 차원으로 존재하고 심지어 방식에 있어서 조차도 커다란 차이를 가지고 있는 것이 교회의 권징이다.

 

한국 장로교 권징조례의 발전 역사를 살펴볼 때 그 개정의 원리와 내용들이 과연 얼마나 성경으로부터 산출된 것인지를 판단해 보아야 한다. 그것은 결코 하나님의 말씀의 순수한 기초를 떠나서 인간의 규정이나 경험, 그 사회상의 시대적 규범아래에서 해석되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오랫동안 모든 것들이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개혁된 그런 교회 안에서 남겨졌던 규범들 속에서 이미 판단되었고, 더욱이 오직 하나님 자신의 목소리와 권위에 의해서 확증할 수 있는 선인 성경에서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것이 처음에 의도되었다면 그 자리에 머무는 것이 가장 좋은 개혁의 길을 가는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는 자가 더 멀리 가는 것으로 이해하지만, 종종 그런 자는 더 멀리 후퇴하는 경우가 있다. 때로는 머무는 것이 더 좋은 길을 가고 있는 것일 수 있다면 우리는 그런 길을 가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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