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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신학이 먼저인가?, 아니면 성경신학이 먼저인가?

Sola. 2023. 11. 7. 06:00

 

조직신학이 먼저인가?, 아니면 성경신학이 먼저인가?

 

신원균 목사

 

 

조직신학이 먼저인가?, 아니면 성경신학이 먼저인가?

마치 이 질문은 “닭이 먼저인가? 알이 먼저인가?”라는 우스개 질문 같기도 합니다.

오늘날 신학계는 조직신학과 성경신학의 큰 대립과 갈등 끝에 ‘성경신학’이 모든 신학계의 왕좌를 차지하였습니다. 도대체 성경신학은 왜 이렇게 교리와 조직신학을 싫어하는 것일까? 왜 성경신학은 성경만 읽는 것을 강조하는가?

 

“성경만 읽읍시다!” 맞는 말 같은데 여기에는 함정이 있습니다. 성경을 어떤 관점에서 읽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모든 사람은 이미 자신의 사고와 가치관에 따라서 성경을 읽게 됩니다. 자기 생각대로 성경만 읽으면 수많은 성경해석들이 난무하면서 어떤 것이 진짜 의미인지 모르는 딜레마에 빠집니다. 성경해석의 춘추전국시대와 같은 온갖 다양한 주관주의적 해석의 수렁에 빠지게 됩니다.

 

이 염려는 이미 성경신학자들의 학술 발표에서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저마다 자신이 분석한 해석이 가장 옳다고 주장하면서 다른 분의 해석을 비판합니다. 어떤 분은 언약 중심으로, 다른 분은 하나님 중심으로, 또 다른 분은 복음, 예수님, 에덴 등등 수많은 형태로 신구약을 읽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인지 아무도 결론내지 못합니다.

 

대신총회신학연구원 원장님이신 이종전 교수님이 얼마 전 개강세미나에서 “사상의 전제로서의 성경신학”이란 제목으로 사상, 즉 교리가 전제된 성경신학의 중요성을 제시해 주셨습니다. 오늘날 신약과 구약 연구는 조직신학과 교리를 전제하지 않고 각자의 주관적인 해석만 하는 심각한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교리가 전제되지 않는 주관적 성경신학은 주로 자유주의자들이 교리를 공격하며 성경만 읽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일정한 해석의 규범 없이 성경만 읽게 되면 자기 생각으로만 성경을 해석하여 극단적인 주관주의적 해석에 빠집니다.

 

이것을 바로잡기 위해서 장로교회는 교회의 객관적 신앙고백에 기초한 해석을 강조했습니다.장로교회는 이 교리표준으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을 고백합니다. 교회의 신조와 교리는 인간이 정리한 것이지만 바르게 정리하면 성경의 핵심을 잘 요약한 형태가 됩니다. 그래서 장로교회는 성경의 요약을 교리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성경을 믿는 것은 곧 교리를 믿는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반면에 자유주의자들은 교리를 개인 신학자의 연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교리를 싫어하고 직접 성경만 읽으려고 합니다. 교리라는 개념을 자유주의와 장로교회는 전혀 다른 형태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결국 자유주의는 개인의 주관적 사상과 신앙적 가치관에 따라서 성경만 읽으려고 하면서 ‘성경신학’이란 독특한 신학의 형태를 19세기 이후 지금까지 구축했습니다. 전통적으로 개혁파신학은 사도신조와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에 이르기까지 성경의 바른 요약의 내용(교리)을 토대로 성경을 읽도록 가르쳤습니다. 객관적인 해석의 규범을 기초로 성경을 읽도록 지도한 것입니다. 그래야만 지나친 주관적인 해석을 막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성경을 읽을 자유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기 마음대로 신구약을 해석할 자유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2000년 동안 지켜온 기독교의 정통 교리, 즉 바른 신앙고백의 틀 위에서 해석해야 할 책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기독교의 복음과 교리는 2000년 동안 변함이 없기 때문입니다. 성경신학은 조직신학과 대등한 형태가 아니라 모든 신구약 성경신학자들은 교회의 객관적 신앙고백의 토대 위에서 해석해야 합니다. 이 구조를 지키지 못하면 자유주의적 성경신학의 함정에 빠집니다.

 

모든 신학자는 칼빈의 지적처럼 교회의 신앙고백을 지키도록 부름을 받은 신학자이어야 하며, 성도들의 신앙을 지키기 위한 ‘교회의 신학자’이어야 합니다. 자기 생각을 마음껏 말하는 신학자가 아닙니다. 성경신학은 반드시 사상, 즉 기독교 정통 교리와 조직신학에 기초한 성경신학이 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