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의 성경론 1
배현주 목사, 주교개혁장로교회
“성경을 제외한 학문, 예술, 문화, 자연 등 모두는 일반 은총에 속해”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성경론 제1항은 “자연의 빛”을 언급한다. 여기에서 “자연의 빛”(Lumen Naturalis)이란 중세 시대부터 이성의 빛(Lumen Rationis)으로 표현되는 자연을 탐구하는 인간의 지성을 말한다.
이 자연의 빛으로부터 자연법이 발생하였다. 세속법은 모두 자연법으로부터 비롯된다. 그것은 인류가 전적으로 타락한 이후에 희미하게 남아 있는 양심을 따라서 발생한 법이다.
자연법(Lex Naturalis)은 인간 사회를 유지하는 법이다. 그것은 고대 사회에서도 있었다. 고대 사회에 대표적인 자연법에는 함무라비 법전이 있다. 그러한 법전들은 모두 자연의 빛을 따라서 형성된 자연법이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제1장 성경론의 제1조는 그러한 자연의 빛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비록 자연의 빛과 창조와 섭리의 사역이 사람으로 핑계할 수 없을 정도로 명백하게 하나님의 선과 지혜와 능력을 드러낸다고 할지라도 여전히 그것들은 구원에 필요한 하나님과 그의 뜻의 지식을 충분하게 주지는 못한다”고 고백한다. 이 부분은 로마서 1장 19-21절과 연결된다.
사도 바울은 다음같이 선언하고 있다. “이는 하나님을 알만한 것이 그들 속에 보임이라 하나님께서 이를 그들에게 보이셨느니라. 창세로부터 그의 보이지 아니하는 것들 곧 그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이 그가 만드신 만물에 분명히 알려졌나니 그러므로 그들이 핑계하지 못할지니라”(롬 1:19-20).
사도 바울은 자연의 빛을 따라서 신을 사색할 때에 겨우 고대 그리스 철학의 수준에 머물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자연의 빛으로 인간이 신에 대하여서 탐구할 때 알 수 있는 것은 다만 신의 존재에 대한 희미한 지식일 따름이다.
사도 바울의 이러한 진술은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의 “자연의 빛과 창조와 섭리의 사역이 사람으로 핑계할 수 없을 정도로 명백하게 하나님의 선과 지혜와 능력을 드러낸다”는 부분과 일치하는 교리이다. 그리고 요한 칼빈은 기독교 강요 최종판 제1권 제5장의 표제에서 “하나님의 지식이 세상의 창조와 그의 계속적인 통치에서 빛난다”고 진술하고 있다.
이처럼 로마서와 요한 칼빈의 기독교 강요와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는 동일한 교리적 입장을 진술하고 있다. 그것은 인간이 신의 존재를 피할 수 없을 만큼은 자연의 빛이 신에 대한 지식을 비추어 준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는 “여전히 그것들은 구원에 필요한 하나님과 그의 뜻의 지식을 충분하게 주지는 못한다”고 고백한다.
사도 바울은 로마서에서 자연의 빛을 따라서 그들이 “하나님을 알되 하나님을 영화롭게도 아니하고 감사하지도 아니하고 오히려 그 생각이 허망하여지며 미련한 마음이 어두워졌나니”(롬 1:21)라고 선언하고 있다.
요한 칼빈은 제1권 5장 14절에서 “불타오르는 등잔들이 창조자의 영광을 드러내고자 이 세상의 솜씨로 우리에게 비추어주고 있는 것이 모두 헛되다. 그와 같이 그것들이 어디에서나 우리에게 비추일찌라도 그것들을 통해서는 우리가 올바른 도리로 이끌림을 받지 못한다”라고 진술한다. 결국 자연법으로는 하나님을 알아 가는데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그의 교회를 치리할 교회법을 주셨다. 그것이 신구약 성경이다. 신구약 성경은 최고 권위의 교회법이다. 정통 교회는 성경으로부터 나왔다. 성경이 교회의 기초이다. 웨스트민스터 신앙 고백서는 다음과 같이 고백한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여러 시대에 여러 모양으로 그 자신을 계시하시기를 기뻐하셨다.”
이 본문은 히브리서 1장 1-2절을 상기 시킨다. “옛적에 선지자들로 여러 부분과 여러 모양으로 우리 조상들에게 말씀하신 하나님이 이 모든 날 마지막에 아들로 말씀하셨다.” 그것이 신구약 성경이다. 로마 카토릭은 성경이 교회로부터 나왔다고 주장하며 교회의 전통을 성경과 동등한 위치에 둔다. 그러나 개혁 교리는 성경을 벗어나는 모든 인간의 전통을 배격한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는 1장에서 칼빈의 “하나님을 아는 지식”(Notitia Dei)에 대한 진술을 그대로 고백하고 있다. 이러한 웨스트민스터 신앙 고백서 제1장의 교리적 진술은 300년의 시간이 흐른 후에 헤르만 바빙크에게서 “일반 계시의 불충분성”으로 진술된다.
헤르만 바빙크는 [하나님의 큰일](Magnalia Dei) 제4장 일반 계시의 가치에서 “우리가 일반 계시 영역 전체를 개관해 볼 때 우리는 한편으로는 높은 가치가 있다는 것과 부요한 열매들을 산출한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인류가 그 빛으로 하나님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다”라고 진술하였다. 이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제1장 1항을 정확하게 그 시대 언어로 표현한 것이다.
헤르만 바빙크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의 “자연의 빛과 창조와 섭리의 사역”(the Light of Nature, and the works of Creation and Providence)을 “일반 계시”(Algemeene Openbaring)로 개념화 하였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창조된 우주에 스스로 자신을 계시하셨기에 일반 은총이라 보았다. 학문과 예술과 문화와 자연 그 모두가 하나님의 일반 은총이다.
나아가 헤르만 바빙크는 일반 은총으로는 하나님의 존재 만을 희미하게 알 수 있을 뿐 구원에 이르는 지식을 얻기에 불충분하다고 말한다. 이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제1장 제1항과 동일한 교리적 입장이다.
신앙고백서 제1장 1항은 일반 계시의 불충분성과 특별 계시의 필요성 그리고 특별 계시의 총화로써 신구약 성경의 필연성을 고백하고 있다. 웨스트민스터 신앙 고백서 1장 1항은 맨 마지막 부분에 계시 종결을 분명하게 고백한다. 그것이 “지금은 그의 백성들에게 그쳐진 그의 뜻을 계시하는 하나님의 이전의 방식들”이라는 부분이다.
여기에서 “이전의 방식들”은 직접 계시를 말한다. 아브라함과 이삭과 이스라엘에게 직접 임재하셨고 선지자들에게 직접 말씀하셨으며 사도들에게도 스스로 자신을 계시하셨던 특별 계시의 현현을 말한다. 그러나 “지금의 백성들에게는 그것을 그치셨다”고 고백한다. 이는 특별 계시가 성경으로 종결되었다는 것이다.
다시는 새로운 특별 계시가 없다. 특별 계시는 성경 안에서 종결되고 보존되었다. 이제 성령의 영감을 통한 특별 계시의 첨가는 없다. 다만 기록된 계시를 해석하는 조명이 남아있다.
웨스트민스터 신앙 고백서 이후에 모든 개혁주의 신학자들은 각자의 신학 저서 안에서 웨스트민스터 신앙 고백서를 해설하고 있다. 헤르만 바빙크, 찰스 핫지, 윌리엄 쉐드, 루이스 벌코프 등으로 이어지는 교의학 저서들은 약간의 교리적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해설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장로교회 역사에 있어서 후대 교의학 저서들은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의 해설서라고 할 수 있다.
'신앙에 유익한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원론] 어거스틴 VS 펠라기안주의, 세미펠라기안주의 (4) | 2023.11.25 |
---|---|
성경의 권위는 하나님으로부터 온 것이지 교회에서 온 것이 아니다. (2) | 2023.11.21 |
일반은총과 특별은총의 간단 요약 (1) | 2023.11.09 |
조직신학이 먼저인가?, 아니면 성경신학이 먼저인가? (0) | 2023.11.07 |
조지 휫필드가 존 웨슬리에게 보낸 편지 (0) | 2023.1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