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정치

북미개혁장로교회(RPCNA) 교단 총회 실태

Sola. 2024. 9. 22. 06:00

 

스코틀랜드 언약도들이 설립한 교단인 북미개혁장로교회(RPCNA) 교단에 속한 한 목사님의 총회참석에 대한 짧은 메모를 공유합니다. 단계적 회의체로서의 성경적 교회정치를 소망하는 성도와 목회자들에게 다른 교단의 좋은 사례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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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주 개혁 장로 교회 총회를 앞두고

 

양남식 목사

 

 

스코틀랜드 언약도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는 북미주 개혁 장로교회(RPCNA)의 총회를 직접 참석한 지도 벌써 6년째 입니다. 처음 2년은 신학 훈련생이자 총회의 여러 심부름을 담당하는 ‘페이지(page)’로서 그 곳의 공기를 마셨습니다. 3년째에는 신학교를 막 졸업하고 약간은 편한 마음으로 현장에서 총회 과정을 곁눈질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2년은 투표권을 가진 정식 총대로서 회의 자리를 앉아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부터는 총대로서의 3번째 맞는 총회를 참석합니다. 한국으로 보자면 여전히 안수증에 잉크가 마르지 않은 신출내기 목회자 이지만 개혁 장로교회의 전통을 따르는 해외 교단의 총회를 참석한 경험들을 짧게라도 소개할 의무감이 갑자기 찾아왔습니다.

 

 

먼저는 기본 사항입니다.

1. 모든 목사들은 총대로서 총회에 참석합니다. 물론 교단 전체의 목회자 수가 대형 교단 만큼 되지 않습니다. 교회 수 100개와 목회자 수 200명이 조금씩 모자랍니다. 그럼에도 거의 대부분의 목회자, 즉 가르치는 장로들은 총회에 참석합니다.(부교역자가 있는 교회는 소수입니다만, 부교역자 역시 교회의 청빙을 받은 목회자들이며 노회 소속의 장로입니다. 담임 목회자와 동일한 투표권을 당회, 노회, 그리고 총회에서 행사합니다.) 또한, 각 지교회의 치리 장로 한 명씩이 총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교단 차원에서 늘 권고하고 있지만 대부분 직업을 가진 장로들에게는 이 점이 현실적으로 쉽지만은 않습니다.

 

2. 짧게는 2박 3일, 보통은 3박 4일의 일정으로 총회가 진행됩니다. 아침 8시 반부터 저녁 9시까지 하루 종일 회의가 이어집니다. 토론하고 결정할 게 많이 있습니다. 물론, 설교와 찬송 그리고 기도의 시간으로 영적인 단비도 맞습니다.

 

 

3. 위의 두 가지와 함께 생각나는 유익들을 적어봅니다. 첫 번째는 신학적 연합, 그리고 목회자 자동 재교육입니다. 총회에서 투표를 바르게 행사하기 위해서는 사전 공부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여러 신학적 이슈들에 대한 보고서가 올라오고, 토의가 진행되고 그리고 투표를 해야합니다. 매 해 총회 회의록이 400여 페이지에 이릅니다.(폰트 크기 작은 걸로 말이죠.) 총회 두 달 전부터 올라오는 보고서를 목회자들을 성실하게 읽으며 교회의 모임, 총회를 준비합니다. 공부를 할 수 밖에 없기에 자동 재교육이 진행되며 교단의 신학을 알아가고 그 신학 안에서 연합 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두 번째는 목회자들 사이의 연합입니다. 목회자들은 사이의 교제가 있습니다. 노회 관리 신학생 때부터 교단의 목회자들을 알아가며 관계성을 키워갑니다. 교회들 사이의 연합도 있습니다. 목회자가 노회 또는 총회의 기도제목과 중요사안들을 교회에 보고 함으로써 교인들 역시 자신들이 속한 교단이 어떠한 신학적 정체성과 기도거리들을 가지고 있는지 알게됩니다.

 

 

몇 가지 실제적인 내용입니다.

1. 미국은 땅이 넓습니다. 오고 가는 경비를 무시 할 수 없습니다. 3,000km 이상의 거리를 비행기를 환승해가면서 오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저는 서울에서 대구 정도 만을 이동했습니다. 아마도 가장 가까이에서 오는 사람들에 속할 겁니다. 항로든 육로든지 간에 비용이 발생합니다. 이 비용은 전부 교단에서 지불합니다.

 

2. 모든 자료는 공개입니다. 각 교회의 재정 사항이나 교인 수 현황부터 각 부서의 수 많은 보고서까지 전부 공개입니다. 근래에는 구글 드라이브를 이용하여 접근을 더 용이하게 만들었습니다.

 

3. 회의의 의장(한국으로 치면 총회장)은 추천식입니다. 회의가 시작하고 누구든 나가서 추천을 합니다. 가장 먼저 추천을 받는 분이 그 해의 의장으로 회의를 이끄십니다. 사전 선거 운동도 필요 없습니다. 보통은 그 해 은퇴하시는 목사님들에게 기회를 드리는 분위기입니다. (노회의 경우에는 거꾸로 안수 받은 지 얼마 안된 젊은 목회자들을 노회 의장 / 노회장으로 추천할 때도 많이 있습니다. 회의의 진행자이기에 특별한 권한이 크게 부여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4. 은혜의 수단인 설교 준비에 적지 않은 시간을 소비하는 이 곳의 목회자들입니다. 총회 일정과 오고 가는 시간들을 고려하면 총회 주간에는 설교 준비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보통의 경우에는 총회나 노회 주에는 강단교류(pulpit swap)가 이루워지고 있습니다. 이 때에는 교단 신학생을 초청해서 말씀을 전할 기회를 주기도 합니다.

 

올해의 이슈

- 한 성도 가정이 와인만을 사용하는 교회의 성찬 참여를 거부하며 별도의 포도주스를 요구합니다. 노회에 이 문제를 상정. 노회가 당회의 손을 들어주자 다시 총회에 상정하였습니다.

 

- 한 목회자가 교단 헌법에 반하는 여자 목회자 안수를 긍정적으로 성도들에게 공개적으로 가르친 사례가 있었습니다. 노회에서 목회자를 파면하자 목사가 노회의 결정이 불합리하다며 이 문제를 총회에 상정하였습니다.

 

- 헌상이 예배의 필수 요소인지 아닌지에 대해서

 

- 성전환자에 대한 교단의 입장과 목회자들을 위한 가이드라인(몇 해전에는 동성애자에 대한 교단의 입장을 정리했습니다.)

 

- ARP 교단과의 교류(교단 연합을 전제로 하는 건 아니지만 두 교단이 서로 교제하고 서로의 장점들을 배우기 위해서 한 장소에서 총회를 함께하는 안입니다. 2년전에는 ARP의 초대로 저희 교단이 ARP가 소유하고 있는 수련회 장소에서 교단 총회를 했습니다. 총회 자체는 각각 다르게 진행되면 중간 중간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

 

 

회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일단 이 정도로만 정리해봅니다. 해외의 상식적인 교단들의 총회에 한국의 목회자들이 견학만 해도 한국교회에 많은 유익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올해는 민솔이의 상황으로 총회의 참석 여부가 마지막까지 불투명했지만 아내의 격려와 함께 짐을 싸서 이 곳에 왔습니다. 더 큰 은혜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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