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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의 유래
임경근 목사
‘이스터(Easter)’?
영어권에서 부활절을 ‘이스터’(Easter)라고 부른다. 무슨 뜻인지 분명하지 않다. 언제부터 부활절을 이렇게 부른 것일까? 역사가들은 기독교의 주도권이 로마에서 게르만족으로 넘어가면서 게르만족의 토착신앙과 만나 생겨난 것으로 본다. 게르만족은 기독교를 받아들이긴 했지만, 토착 종교를 완전히 버리지 못했다. 그들의 삶 뼛속 깊숙이 스며든 토착종교를 버리지 못하고 기독교 문화와 융화시킨 것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부활절이다. 그들은 봄이 오면 여신 ‘오스타라’(Ostara/Eostre)를 위한 축제를 열었다. 그런 게르만 민족이 이교를 버리고 기독교를 국교로 정하면서 전통 게르만족의 봄 축제를 기독교 부활절과 연결시킨 것이다. 게르만족의 기독교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늘 사용해 왔던 축제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기독교 복음 전도를 위해서도 좋다고 여긴 것이다. 지금도 독일에서는 부활절을 '오쉬테른'(Ostern)이라고 부르는데 그들의 고대 토착 종교 여신의 이름을 딴 축제에서 기원한 것이다. 바로 이 이름에서 영어 표현도 '이스터'(Easter)라고 한다.
게르만족은 이 봄 축제 때 큰 불을 놓는 관습도 있었다. 일종의 우리나라의 정월 대보름에 하는 달집태우기 같은 것인데, 마을 사람들 전체가 나와 높이 올라가는 불꽃을 보고 즐기며 그 만물의 소생과 그 해의 풍년을 기원했다.
부활절 계란?
또 게르만족은 '오스타라'를 위한 봄 축제 때 빵을 고기와 계란을 곁들여 먹는 전통이 있었고 부활절로 바뀐 이후에도 그렇게 했다. 서양 사람들이 부활절에 고기와 계란을 먹는 습관은 여기에서 시작된 것이다. 부활절에 계란을 먹는 습관은 게르만족의 문화에서 내려온 것이다. 지금도 전 세계적으로 부활절이 되면 계란을 삶아 예쁜 장식을 해 선물을 하기도 한다. 계란에서 병아리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생명의 부활을 의미한다는 그럴 듯한 설명과는 관계가 없다. 부활절의 계란은 이방신을 섬기던 습관과 기독교적 관습을 섞어 놓은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니 굳이 교회에서 계란을 삶아 장식해 나눠주거나 먹는 행사를 할 필요가 있을까?
왜 부활절은 매년 다른 날짜인가?
고대교회가 부활절 날짜로 인해 많은 논쟁을 벌였다. 유대 월력의 유월절에 맞추어 부활절기 행사를 하다가 325년 니케아 회의에서 매년 춘분 후 첫 만월이 온 후 첫 번째 다가오는 주일(일요일)을 부활절로 지키기로 정한 것이다. 보통 3월 20(21)일이 춘분이고 그 후 첫 만월, 곧 2014년의 경우 4월 14일이 첫 만월이니, 그 후 첫 주일은 4월 20일이 되는 셈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부활절을 보내야 할까?
초대교회는 주일(‘안식 후 첫날’)을 예수님의 부활을 기념하며 기뻐하는 축제처럼 성찬을 행하고 예배했다. 그들은 이 주일 외에 특별한 절기를 지키지 않았다. 단지 2세기 경부터 교회가 예수님의 고난과 죽음과 부활을 기념하는 절기를 일년에 한 번씩 하면서 전통이 되었고 중세 때에는 더 많은 축제일들을 만들어 매년 시행했다.
그러나 종교 개혁가들은 그 모든 연례행사로 시행하는 교회의 축제일들을 폐지했다. 방종주의자들이 득세하던 시기, 제네바 의회가 칼뱅과 파렐을 쫓아내는 이유 가운데 하나도 기독교 축제일을 없앤 것이었다. 방종주의자들이 의회를 집권한 후 네 개의 절기(성탄절, 할례의 날, 마리아가 천사의 소식을 들은 날, 승천일)를 다시 지키도록 결정했고 이 날은 일하지 못하도록 했지만, 칼뱅이 다시 복귀하면서 그 모든 것들을 폐지했다.
그 후 네덜란드 개혁교회도 1574년 도르트레흐트 노회가 기독교 연례 절기 행사를 모두 취소하고 주일 하나면 충분하다고 결정했다. 단지 ‘성탄절’과 ‘부활절’, 그리고 ‘성령강림절’에 그에 관한 설교를 하는 것은 좋다고 여겼다. 그렇지만 보통의 주일보다 더 나은 어떤 특별한 축제로 지키지는 않았다.
오늘 우리도 이런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언제부턴가 부활주일을 특별히 장식하고 이벤트를 만드는 경향이 많다. 사실 매 주일 모여 예배하며 성찬을 받는 주일이 가장 중요한 예수님의 부활을 기념하는 날이 아닌가!
사순절?
로마 천주교회가 사순절 기간을 만들어 고행과 금식과 고기를 먹지 못하며 놀이를 금지하는 것은 종교적이고 경건해 보이지만 올바른 신앙을 세우지는 못한다. 개혁가 츠빙글리(Zwingli)는 사순절 기간에 고기와 소시지를 먹을 수 있다고 파격적으로 가르쳤다. 츠빙글리는 이런 교회의 과도한 규칙이 그리스도인의 자유를 구속할 뿐만 아니라 복음을 왜곡시킨다고 보았다. 교회는 성경에서 명령하신 것만 행해야지, 우리 스스로 경건의 열심과 열정으로 이것저것 규칙을 만드는 것은 복음이 아니라, 율법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보았다.
로마 천주교회가 있는 나라에는 사순절을 엄격하게 지키려고 한다. 그러나 그런 금욕의 규칙은 지키기 힘들 뿐만 아니라, 믿음 생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카니발’이라는 축제가 생겨났다. 앞으로 시작될 사순절 40일 동안은 고기도 먹지 못하고 즐기지도 못하기 때문에 그 전에 ‘사육제’(carnival)라는 축제를 열어 1주일 정도 고기와 소시지와 술을 마음대로 먹고 마시며 흥청망청 즐긴다. ‘카니발’은 '카로'(caro), 즉 ‘고기’(meat)라는 단어에서 왔다. 곧 고기를 먹을 수 없는 긴 기간을 대비해 맘껏 고기를 먹을 수 있는 날이 곧 축제였던 것이다. 개혁가들은 성경에 없는 그런 절기를 만들어 고기와 맛난 음식을 먹지 못하도록 한 것은 신앙생활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손해가 된다고 보았다.
고난주간?
고난주간이다. 세계의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이 그리스도의 고난을 생각하며 그 고난을 흉내내려 한다. 어떤 곳에서는 십자가 형틀을 지고 실제로 자신의 손과 발에 못을 박게 하는 의식을 수행한다. 그와 비슷한 고행을 한다고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하는 것일까? 예수님의 십자가를 바라보고 통곡하는 예루살렘의 여자들을 향해 외치셨던 예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예루살렘의 딸들아! 나를 위하여 울지 말고 너희와 너희 자녀를 위하여 울라!”(눅 23:28)
우리가 그리스도를 따른다는 것은 그리스도께서 하신 것을 따라하거나 흉내내는 것이 아니다. 그리스도를 따른다는 것은 그리스도께서 아버지께 복종하셨던 것처럼, 우리도 그리스도의 말씀에 순종하고 복종하며 사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고난주간과 부활주간을 보내며 그리스도의 말씀을 믿고 복종하고 순종하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우리 자신의 불순종과 믿음 없음을 바라보며 슬퍼하고 애통해야 할 것이다. 하나님의 의와 진리를 갈망하며 그 나라와 그 의를 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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