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당 십자가 거치’ 정확한 지침 필요하다 (합동)
노충헌 기자 / 기독신문 (2016.04.11)
3차례 걸친 ‘금지’ 총회결의 불구, 목회현장선 여전히 고민
개혁교회 전통 따른 총회적 신학 보고서 바탕, 설득 나서야
#사례1 최근 지방에서 열렸던 부활절연합예배에서는 때아닌 소위 M자 십자가 논쟁이 벌어졌다. 부활절연합예배 장소 한켠에 십자가에 천이 M자 형태로 둘러쳐 있었던 것을 발견한 한 인사가 “M자 십자가는 우상숭배”라면서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자 다른 참석자가 “M자 십자가는 그냥 상징일 뿐”이라고 응수했다. 두 사람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져 은혜롭던 연합예배 장소는 서먹하게 됐다.
#사례2 한 교회에서 장례예식이 거행됐다. 엄숙하게 진행된 행사에 참석했던 한 목회자는 예배에 집중하기 보다 자꾸 강단에 장식된 십자가에 눈이 갔다. “총회에서 중직을 지내셨던 분의 교회인데 왜 총회결의로 금한 십자가를 강단에 두었을까? 더구나 소위 M자 모양의 천까지 걸려있는데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 목회자는 예배 내내 고민이 됐다.
▲ 예배당 내에 십자가를 두는 것은 개혁교회 전통에 어긋난다는 것이 교단 신학자들의 견해다. 또 교단이 세 차례나 불가를 결의했으나 지교회들에서 지켜지지 않아 연구 및 발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 없음.
예배당 안에 십자가를 두는 일과 십자가 위에 천을 걸침으로 소위 M자 십자가 모양이 되는 문제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인류를 하나되게 하기 위해 그리스도께서 달리신 십자가인데 이 십자가로 인해 분쟁이 일어나고 있다면 하나님께서 탄식할 일이다. 십자가의 강단 거치와 M자 십자가는 타 교단 교회 뿐 아니라 본 교단의 교회, 그리고 산하 기관의 캘린더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문제는 강단 위에 십자가를 두지 말아야 한다고 총회가 3차례 결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시되고 있다는데 있다.
총회의 결의는 다음과 같다.
제42회(1957년), “십자가를 강단에 부착하지 않기로 가결하다.”
제74회(1989년), “십자가 강단에 부착 건은 57년도 총회에서 결의한 대로 부착할 수 없다.”
제100회(2016년), “강단 십자가 부착의 건은 현행대로 하기로 하다.”
총회는 세 번의 결의를 거듭하면서 강단 내에 십자가를 부착하지 않기로 했다. M자 십자가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십자가 자체를 강단에 두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럼 왜 총회는 십자가 예배당 거치를 반대하는가?
총회결의는 세 번씩 금지
첫째 종교개혁의 전통이 아니기 때문이다.
신학자들은 한결같이 십자가를 강단에 두지 않았던 것이 종교개혁자들의 전통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총신신대원 서창원 교수는 “쯔빙글리나 칼빈, 존 녹스 등은 십자가 형상을 비롯해 모든 성상들을, 우상숭배로 이끈다고 하여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면서 “칼빈의 경우 <기독교강요> 제1권 10~12장에서 입장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서 교수는 “개혁교회 안에는 어떤 형상이나 심지어 그림조차 없다”면서 “십자가와 그림들은 형상화하고 싶어하는 종교적 욕구로 인한 것으로 금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교단 신학자는 “예배당 안에 장식물을 설치했던 것은 종교개혁자들과 많은 개혁교회들이 거부했던 사안”이라면서 “그 신학적 근거는 칼빈의 ‘성례론’ 첫 부분 등에서 예를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역사적으로 개혁파 교회들은 나라를 막론하고 예배와 관련한 상징물 사용에 있어서 엄격한 입장을 고수해왔다”면서 “십자가 사용이 로마가톨릭만의 전통은 아니지만 개혁파교회는 십자가 등 상징물 사용에 긍정적이지 않았음을 무시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합동신학대학원 이승구 교수는 “16세기 영국교회 청교도들은 형상이 없는 빈 십자가도 예배당에 있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였으며 <스코티쉬 신앙고백서>(1560) 제20장의 정신에 따라 성호를 십자가로 긋는 것까지 거부한 점, <제2스위스 신앙고백서>(1566)의 ”고대 교회의 전통을 따라 의식을 더하는 것을“ 금한 점이 반대의 근거가 된다”고 밝혔다.
둘째 십자가 거치나 M자 십자가 사용에 신학적 근거가 미약하기 때문이다.
교단의 신학자는 “십자가나 M자 십자가 사용에는 신학적 근거가 없고 역사적 이해가 미약하며 실천적 반성이 경도된, 남용의 우려가 있어 피하는 것이 옳다”면서 “이런 장식물을 사용했다고 해서 그 교회를 비난하고 더 나아가 이단으로 몰고가는 것은 지나치지만 예배는 예배여야 하므로 생각이 부족한 남용은 분명히 지적하고 시정해야 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서창원 교수는 “M자 십자가는 기적과 치유의 역사가 일어난다는 마리아의 계시 전승에 기초해 1830년부터 로마가톨릭에서 시작한 것을 현대적으로 변형한 것 뿐”이라면서 M자 십자가사용을 반대했다.
종교개혁자들은 “어떤 형상도 반대”
물론 교단 밖에서는 반대의견이 있다. 그 근거는 강단 내에 십자가의 전통은 로마가톨릭 이전에 있었으며 이미 4세기 서적에도 등장하기 때문에 로마가톨릭 전통이라고만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종교개혁자들이 명확하게 십자가 거치를 반대하지는 않았다는 주장이 있다. 한일장신대 전 총장 정장복 목사는 “루터는 교리 갱신을 외쳤으나 예배 갱신을 주장하지 않았고, 쯔빙글리는 성상을 파괴했으나 십자가를 부순 것이 아니며, 십자가는 상징이지 형상으로 봐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또 정 교수는 “M자 십자가란 천을 걸쳐 두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며 예배의 엄숙성을 더하기 위한 장치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십자가 거치를 찬성하는 학자들은 대체적으로 M자 십자가도 권장하는 경향인데 특별한 의미가 없고 굳이 말한다면 예수님의 시체를 쌓았던 세마포의 상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승구 교수는 “성경적 전통적 근거가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예배당 안에 십자가 설치가 문제되는 이유는 현실적으로 아무 생각없이 이미 십자가를 설치한 예배당들이 많고, 이 배후에는 역사의식 부족, 다양한 교회들과의 접촉 영향, 신학적 다양화 현상 때문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또 이 교수는 “십자가 형상이 있으면 하나님의 사랑과 예수님의 십자가를 더 생각하게 된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으나 하나님께서는 그 어떤 형상도 없이 영적으로 하나님께 경배하기를 원하신다”면서 “하나님께 영적으로 나아가는 데 지장을 줄 수 있는 그 어떤 것도 있지 않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서창원 교수는 “예배당은 성전이 아니며 영이신 하나님을 경배한다는 생각을 할 때 하나님을 그 어떤 것으로 보여준다는 생각은 잘못”이라면서 “믿음은 들음에서 난다는 성경구절처럼 말씀을 들을 때 하나님을 보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학자들은 십자가 형상이 있을때 많은 오용의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십자가를 강단에 두는 일은 ‘아디아포라’의 문제가 아니라 금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총회적 신학보고서 요청돼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회에서는 간간히 십자가 강단 관련 헌의가 올라오고 있으며, 총회의 중직자들조차 십자가를 두고 있거나 M자 십자가를 다양한 색깔의 천을 사용해 꾸미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총회 결의가 세 번씩이나 있었지만 신학 연구 보고서는 없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조만간 강단 내 십자가 거치 문제에 대한 신학 보고서가 나와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통합교단은 1980년대에 강단 내 십자가를 권장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이미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분한 신학적 근거를 가지고 연구 보고서를 발표함으로 교단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개교회의 상황에 따라 십자가 거치를 포기하지 못하는 목회자들을 충분히 설득하는 교단적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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